‘왕사남’ 박지훈, 유해진에 울고 웃고…”내가 느껴본 최고의 순간” [RE:인터뷰③]


[TV리포트=강지호 기자]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이 ‘왕과 사는 남자’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박지훈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함께 개봉을 앞둔 영화 ‘왕과 사는 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항준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연출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지훈은 폐위되어 산골 마을로 유배를 떠나 온 어린 선왕 단종, 이홍위 역을 맡아 깊이 있는 눈빛으로 놀라운 열연을 펼쳤다.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박지훈은 유해진, 유지태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는 작품에 합류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박지훈은 “내 연기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이라 마음이 무거웠다. 스크린에 담긴 내 얼굴이 감정을 다 담아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 컸다”며 “그러다 장항준 감독님이 ‘단종은 너여야만 한다’고 말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어쩌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감독님을 믿고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부담감을 이겨내고 참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무려 네 차례의 미팅 끝에 박지훈은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선뜻 확답하지 못했다.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라 ‘왕과 사는 남자’ 대본을 보면서도 내가 이런 깊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고 고민의 과정을 전했다.

장항준 감독의 믿음에 힘입어 출연을 결심한 만큼, 박지훈은 장 감독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계획적으로 뭔가를 하라고 디렉션을 주시기보다는 편하게 열려 계셨다”며 “배우가 고민하면서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장 감독과 박지훈이 그려낸 단종은 나약함에 머물지 않았다. 역사 속 어리고 힘없던 이미지가 아닌, ‘범의 눈’을 지닌 단종이 새롭게 스크린을 찾았다. 박지훈은 “대본을 보면서 감독님이 나약하지만은 않은 단종을 그리고자 하신다는 걸 느꼈다”며 “광천골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이홍위를 보면 ‘이 사람 역시 왕이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역시 비극일지언정 비굴하지 않은, 정통성을 지닌 왕의 기개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어린 사람이 약하지만은 않았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역사적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인물인 만큼 배우들의 감정 소모도 컸을 것. 박지훈은 “촬영하면서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촬영 당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실제 밤 촬영이었고,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 감독님도, 제작진도 모두 정말 고요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박지훈은 “그날따라 유해진 선배님이 나를 안 보셨다. 보면 감정이 깨질 것 같아서 그러신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 그래서 인사도 최대한 멀리서 드렸다. 이후에 촬영이 시작되고 딱 문이 열리면서 유해진 선배님이 들어오시는데, 리허설이었는데도 너무 많이 울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아빠의 모습 같았다. 내가 느껴본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박지훈은 “내 얼굴을 찍어야 하는데 정말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플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며 “정말 그날은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최고의 날이지 않았을까 싶다. 감정적으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유해진 선배님이 주신 에너지가 정말, 최고의 날이지 않았나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유해진과 박지훈은 매 순간 함께 호흡을 맞춘 서로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박지훈은 “촬영하는 매 순간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유해진 선배님이 주신 에너지를 잘 받아 다시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촬영이 끝난 뒤 선배님이 ‘연기는 기브앤테이크’라고 하셨는데, 현장에서 그 말이 그대로 실현됐던 것 같다. 함께 에너지가 터졌던 순간들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유해진의 코미디 연기다.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유지해야 했던 박지훈은 “나는 너무 코미디로 가면 안 되는 캐릭터였는데, 선배님의 연기가 워낙 뛰어나서 너무 웃겼다”며 “호탕하게 웃으면 안 되는데도 참지 못해 NG가 많이 났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공개 전부터 ‘왕과 사는 남자’를 향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박지훈은 명실상부 배우로서의 저력을 증명해 냈다. 박지훈의 앞으로는 어떨까. 그는 “어떤 작품이건 다 도전해 보고 싶다. 전에 ‘박지훈은 되게 슬프고, 혼자 동떨어져 있는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진짜 이런 캐릭터만 잘 어울릴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다양한 작품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훈이 자신의 연기를 증명해 낸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오는 2월 4일 극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쇼박스